재무부, 은행 부실 자산 1조불 매입···부실 털어 '돈맥경화' 푼다
재무부는 은행의 부실자산 정리를 위해 민간자본을 유치, 경매입찰 방식으로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3일 발표했다. 재무부는 우선 750억∼1000억달러의 정부 자금을 출연해 ‘공공 및 민간 투자프로그램(Public-Private Investment Program.PPIP)’을 출범시켜 연방준비제도이사회(FRB)와 연방예금보험공사(FDIC)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자본을 유치, 최소 5000억달러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인수키로 했다. 부실자산 인수는 경매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첫 입찰은 다음달 10일 개최되며 낙찰자는 5월1일까지 통보될 예정이다. PPIP에는 민간자본은 개인투자가는 물론 연기금, 보험사, 헤지펀드 등도 참여할 수 있으며, 이 기금에 정부가 50%까지 출연하지만 운영은 철저히 민간에 맡기되 FDIC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. 이 계획의 성공 여부는 정부가 절반을 출연하는 기금에 민간자본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데, 현재 의회가 기존의 부실자산정리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며 철저한 감시 및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민간투자가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에 흔쾌히 뛰어들 지는 미지수다. 그러나 재무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위한 운영펀드 관리자들에 대해서는 보수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는 등 민간자본의 유치를 위해 최대한 지원키로 했다. PPIP 펀드에 정부가 출연하는 750억∼1000억달러는 이미 의회의 승인을 받은 7000억달러 규모의 ‘부실자산구제계획(TARP)’ 가운데서 조성되며, 여기에 참여하는 민간자본은 FDIC와 FRB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부실자산 인수에 나설 수 있다. FDIC는 해당 펀드에 대해서는 자본 대비 부채비율을 6대1까지 인정, 부실자산 인수 여력을 최대한 확충해주기로 했다. 예컨대 재무부가 10억달러를 출연하고 민간자본이 1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총 20억달러의 자본금으로 펀드는 FDIC나 FRB 등으로부터 120억달러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, 이론적으로는 대출금과 자본금을 합쳐 최대 140억달러까지 은행의 부실자산을 인수할 수 있다. 이 프로그램의 초기 운영이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민간자본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부실자산의 총 인수예상 규모도 최소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까지로 늘어날 것으로 재무부는 예상하고 있다. 그러나 부실자산 인수 방식인 경매입찰에서 은행들이 보유 부실자산의 가격을 높게 매기는 반면 펀드측은 낮은 가격에 인수하려고 할 경우 가격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거래가 성사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. 또 민간자본이 인센티브에 만족하지 못해 참여를 꺼린다면 부실자산 인수 규모도 재무부가 예상하는 것보다 현저히 축소될 수 있다.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무부의 예상대로 최대 1조달러까지 은행의 부실자산의 정리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짓눌렀던 신용경색 현상이 풀리면서 은행들이 대출영업이 정상화돼 금융위기 타개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.